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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4396구' KIA 트레이드 성공 신화의 투혼…충격 6실점? 누가 돌을 던지랴

창원, 김민경 기자] 4396. 투수 홍건희(31)가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던진 투구 수다.

홍건희는 2011년 KIA 타이거즈에 지명된 뒤 10년 가까이 만년 유망주로 지내다 2020년 시즌 도중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면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두산은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필승조를 원했고, 홍건희는 어느 한 보직에 고정돼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고팠다. 두산과 홍건희의 마음이 잘 맞은 결과 트레이드 성공 신화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홍건희는 무려 4396구를 던졌다. 해당 기간 팀 내 5위에 해당한다. 순수 불펜 투수로는 1위다.

두산 투수 가운데 최근 4시즌 최다 투구 수 상위권을 살펴보면 대부분 선발투수들이다. 1위는 최원준(9343구, 554이닝), 2위는 곽빈(6671구, 373⅔이닝), 3위는 이영하(6193구, 348⅔이닝), 4위는 라울 알칸타라(6132구, 390⅔이닝)다. 최원준과 이영하는 불펜으로 나선 경기도 있지만, 주된 임무는 선발투수였다. 홍건희는 해당 기간 선발로는 단 한 경기도 나서지 않으면서 선발투수만큼이나 많은 공을 던졌다. 마운드에서 기여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적 2년째인 2021년부터는 투수 조장을 맡았다. 그리고 올해까지 3시즌째 투수조를 이끌었다. 홍건희가 조장을 맡기에 적합한 나이기도 했지만, 후배들이 원하는 리더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운드에서 헌신하는 태도 못지않게 선수단을 아우르는 성품까지 좋아 두산 관계자들 사이에서 평가가 매우 좋았다. 카지노사이트 

올해는 개막부터 마무리투수를 맡으면서 팀 승리에 더 기여하고자 했다. 2022년 시즌 도중 마무리 보직을 맡아 18세이브를 챙기면서 자신감을 쌓은 뒤였다. 과거에는 접전에 자주 흔들려 강심장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두산에서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자기 공을 믿으면서 기복이 줄었다. 올해 22세이브로 커리어하이를 찍으면서 다가올 겨울 FA 시장에서 주가를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홍건희는 당시 이와 관련해 "개인 세이브 신기록인데, 당연히 기분 좋다. 아직 시즌 절반 정도밖에 안 왔고, 끝까지 좋은 기록을 쌓아 나가야 한다. 그 기록으로 너무 기분이 업돼서 방심할까 봐 가라앉히려 하고 있다. 시즌 끝까지 잘해서 그때 가서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홍건희도 결국 체력적 한계를 보였다. 불펜 투수가 3~4년 이상 필승조로 꾸준히 버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피로도 누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 홍건희에게는 여름쯤 눈에 띄게 이상 신호가 나타났고, 결국 8월 중순 마무리 보직을 내려놨다. 8월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7.45까지 치솟은 탓이다. 그래도 9월 이후로는 부담을 내려놓아서인지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두산이 5위로 가을야구 막차를 타면서 홍건희는 한번 더 팀에 기여할 기회를 얻었다. 두산은 19일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치렀다. 4위팀 NC에 1승 메리트가 있어 두산은 1패만 떠안아도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1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했고, 그러려면 선발투수 곽빈을 비롯해 김명신, 정철원, 김강률, 홍건희, 박치국 등 필승조가 잘 버텨주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믿었던 투수들이 죄다 무너졌다. 곽빈이 3⅔이닝 5실점 난타를 당하고 강판되면서 김명신이 4회부터 등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5-6으로 뒤진 7회말 김강률과 정철원을 모두 투입해 2실점하면서 또 마운드 운용 계산이 꼬였다. 그래도 두산은 6-8로 따라붙으면서 8회말을 맞이했다. 여기서 홍건희가 나왔다.

홍건희는 1패면 탈락이라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다. 선두타자 손아섭을 헛스윙 삼진으로 잘 돌려세웠으나 박민우에게 2루수 왼쪽 내야안타를 맞고, 박건우를 사구로 내보내면서 크게 흔들렸다. 다음 제이슨 마틴 타석 때 박민우가 3루를 훔치면서 홍건희를 흔들었고, 마틴이 2루수 땅볼로 물러날 때 박민우가 득점해 6-9가 됐다.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실점해서인지 홍건희는 이후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 계속된 2사 2루 위기에서 김성욱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NC는 이중도루로 2사 2, 3루로 상황을 바꾸면서 홍건희를 더 압박했고, 김주원이 유격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 6-11까지 벌어졌다. 이어 서호철에게 안타를 맞아 2사 2, 2루 위기가 계속됐고, 김형준에게 좌월 3점 홈런을 얻어맞아 6-14까지 벌어졌다. ⅔이닝 6실점. 홍건희가 두산으로 이적한 이래 받아 든 최악의 성적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홍건희는 어쩌면 두산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등판을 망치자 고개를 숙인 채 이병헌에게 공을 넘겼다.

두산 타선은 9회초 3점을 더 쫓아가 9-14로 패했다. 홍건희가 6점이나 내주지 않고 버텨줬다면, 두산에 20일 한번 더 가을야구를 할 기회가 왔을지도 모른다. 뼈아픈 결과이기는 하나 홍건희에게 무작정 돌을 던질 수도 없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동안 홍건희가 보여준 헌신을 모두가 잘 알기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